대상포진 예방접종 백신
효과가 떨어져 해외에서는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대상포진 백신을 국내 지자체들이 무료로 지원하는 것을 두고서 비용 대비 효과성을 분명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질병관리청 ‘지자체 대상포진 백신 무료접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9개 지자체 총 39개 보건소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해당 백신 접종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었다. 지자체는 백신 개별 입찰을 진행한 후 의료기관에 위탁하거나 보건소에서 자체 접종을 실시했다. 접종은 1회에 한해서 지원하며 금액은 1만9610원에서 14만원까지 다양했다.
이러한 지원 사업으로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은 ‘생백신’에 한정됐다. 조달청 ‘2023 지자체 대상포진 백신 입찰공고’를 살펴보면, 사백신 접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보건소는 없다. 39개 보건소별 대상포진 백신구입 내역서와 과업지지서 등으로 생백신 혹은 특정 생백신 제품을 구입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허가된 해당 백신은 미국 제약사 MSD가 내놓은 생백신 제품 ‘조스타박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생백신 ‘스카이조스터’, 사백신인 영국 GSK의 ‘싱그릭스’다. 지자체 무료 지원 사업의 백신 사용 비중은 조스타박스가 높았지만 지난해부터 조스타박스의 공급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스카이조스터 점유율이 늘었다.
50세 이상에서 51% 예방 효과를 보였던 조스타박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수준인 스카이조스터에 비해 싱그릭스는 예방률이 97%에 달했다. 싱그릭스 3상 임상시험에 따르면 싱그릭스는 평균 3.2년 추적기간 동안 97.2%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생백신(약독화백신)이란 살아있는 균의 독성을 제거한 백신인데, 균이 살아있는 만큼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접종하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면역저하자 등에게는 투여가 어렵다. 생백신은 저렴하고 1회 접종만으로도 면역 기능이 생긴다는 장점이 있지만 예방효과는 50% 가량에 불과하다. 백신의 효과는 나이든 이에게서 더 떨어진다.
사백신(불활성화 백신)은 죽은 균을 재조합해 만든 백신으로, 면역저하자에게도 안전하다. 또 2회 투여로 80~90%대의 예방효과를 유지할 수 있으나 비싸다. 2회 기준 40~50만원 내외로 평균 15만원선인 생백신과 비교하면 3배가량 높다.
지자체들은 사백신을 무료 접종 지원 사업에 도입하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서울 지역의 한 구청 관계자 : “대다수 지자체가 대상포진 생백신을 지원하고 있다. 사백신은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비싸서 부담이 크다.”
대상포진은 노화나 질병 등이 원인이 된다. 고령층에서 자주 발생하는 질환으로, 고령화 심화에 따라 의료비가 늘고 사회·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서는 지자체가 주관하는 예방접종 사업을 시작했고, 현 정부는 국가적 사업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약독화백신 위주의 접종 지원은 전반적으로 예방 효과가 떨어져, 재정 투자 대비 질병 부담을 완화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 ACIP는 약독화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백신 접종을 권장한다. 실제 미국은 지난 2018년 약독화백신의 부작용과 효과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20년 11월 이후 조스타박스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해진다. 캐나다 NACI, 독일 상임백신위원회(STIKO) 등도 50세 이상 성인에게 사백신 접종을 권장했다.
대구 지역 신경외과 A원장 : “예방률이 50% 내외인 약독화백신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막을 확률도 66%에 그치지만, 사백신은 두 가지 기능이 모두 90%에 달한다. 나라에서 무료로 지원한다고 좋을 게 아니라 실질적 효과를 보고 두 종류 백신 가운데 결정해야 한다.”
경기 지역 가정의학과 전문의 B원장 : “대상포진은 뇌졸중, 심혈관질환 위험을 키울 뿐 아니라 치매 발생률과도 연관이 깊어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다. 특히 면역저하자에게 흔한 질환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도 투여가 가능한 불활성화백신의 효과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지자체 지원 사업에서 불활성화백신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불활성화백신을 원한다면 1, 2회차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거나 1회차를 전부 지원하되 2회차 접종은 자부담으로 두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病院 감염내과 교수 :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예방 효과가 확실한 불활성화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 이를 부담하려면 비용을 중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약독화 백신, 불활성화 백신 두 종류 백신의 비용 대비 효과성을 따져봐야 한다. 비용이 비싸더라도 효과가 높아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면 불활성화 백신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접종 부작용
- 경증 또는 중등도의 통증을 동반한 팔 통증
- 주사 부위에 발적 및 부기
- 피로, 근육통, 두통, 떨림, 발열, 복통 및 메스꺼움
이러한 부작용으로 인해 백신접종을 받은 사람이 일상활동을 일시적으로 하지 못할 수 있으나, 부작용은 보통 2~3일 이내에 저절로 사라진다. 첫 번째 용량 접종 후 이 반응들 중 하나를 경험한 경우에도, 재조합백신의 두 번째 용량을 접종해야 한다.
중대한 신경계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이 재조합백신 접종 후 매우 드물게 보고되었다.
어지럽거나 시력 변화를 경험하거나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 담당 의료인에게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