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걸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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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걸어도

룩상부르 2024. 2. 6. 20:42

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걸어도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인가를 물으면 평단과 대중은 답을 달리 한다. 대중은 재미있는 영화라 답하고 평단은 여러 가지를 드는데, 평단 답으로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필자의 경우 답이 대중과 일치한다. 필자는 영화 취향과 문학 취향이 똑같아서 재미있는 영화, 재미있는 문학이 좋다. 이 소리는 얼핏 상업 오락영화 취향인 것으로 들릴 것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흥행 호조였던 대중적인 영화가 개인적으로 재미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재미’의 기준이 살아가면서 상당히 바뀐다. 청소년기에 재미있었던 것이 성인이 된 후엔 재미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기엔 볼 것도 없이 상업 오락영화가 가장 재미있다. 하지만 영화를 꾸준히 보아온 사람들의 경우, 살다 보면 이런 영화가 진부해지는 시기가 온다.

 

흐름이 느리지 않고 불필요한 분량이 없이,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잘 짜여진 구성에 몰입도가 높으면 '재미'를 선사한다. 장르로는 스릴러가 이에 해당된다. 물론 상업영화라 해도 잘 짜여진 좋은 구성의 영화라면 재미있고,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국 택일하라면 대중 취향보다는 평단 취향에 더 가깝긴 해도 평단 취향도 명백히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취향이 되어 버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일본과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평단에서 인정은 받았지만, 대중성은 매우 부족한 영화작가다. 한 마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전형적인 영화제 용, 평단 용 감독이며, 영화를 매우 재미없게 만든다. 따라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극장가에서 흥행이 될 수가 없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 ‘걸어도 걸어도’를 언급해 본다. 딸 부부와 아들 부부가 오랜 만에 부모 집에 모였다. 가족 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지극히 사적이고 일상적인 대화들이 끊임없이 오간다.

 

당연히 가족 외의 타인들은 들어봐야 아무런 감흥도 없는 시답잖은 일상대화들이다. 러닝타임 내내 아무런 사건도 없이, 잔잔한 일상을 배경으로 이런 일상대화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보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지루해 진다. 이 영화 아름다움에 몸서리를 쳤다는 평론가의 진심을 믿지 않는다.

 

지루함을 참고 감상을 끝내면 먹먹해지는 느낌 즉 여운이 있는 작품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이 기나긴 지루함을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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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이나 평론가를 믿지 않으며, 최고의 평론가나 심사위원은 다름아닌 대중이라 믿는다. 그렇다고 해서 관객을 많이 동원하면 수작이란 소리는 전혀 아니다. 관객 동원 수와 대중의 평가는 전혀 별개다.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의 평가와 대중의 평가가 극도로 엇갈릴 때, 시간이 지나서 보면 항상 대중이 옳았던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예전 문학 시장이 활발했을 때 베스트셀러에 대중이 높은 평가를 내린 것은 아니었다. 즉 베스트셀러와 대중평가 역시 완전히 별개였다.)

 

‘걸어도 걸어도’를 극장에 걸고 상영해서, 관람한 대중을 상대로 의견을 물었다고 가정해 보자. 천 명 중에 과연 몇 명이나 이 영화 아름다움에 몸서리를 쳤을까? 현실은 파리 날릴 것이 뻔해 ‘걸어도 걸어도’를 상영할 극장이 거의 없을 것이고, 이 영화의 지루함에 몸서리 친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라는 데에 한 표.^^

 

 

모든 영화작가는 2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영미 형, 다른 하나는 비영미 형이다. 영미 형 영화작가들은 히치콕, 큐브릭, 코폴라 등으로 대표되는데 일상을 벗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든다.

 

비영미 형 영화작가들은 베르히만, 타르코프스키, 칼 드레이어 등으로 대표되며 일상 자체를 중심으로 영화를 만든다. 일상 자체가 중심이라 일상을 벗어난 사건이 대개 없다. 일상도 현미경을 들이대면 고저 사이클은 있게 마련이라 일상 내 소사건은 발생한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양자의 차이는 대사건 중심이냐 소사건 중심이냐다.

 

국내에서 홍상수는 비영미 형이고 봉준호는 영미 형이다. 일본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비영미 형이고, 구로사와 기요시는 영미 형이다. 과거 일본까지 망라하면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는 비영미 형이고 구로사와 아키라, 이마무라 쇼헤이, 기타노 다케시는 영미 형이 된다.

 

히치콕과 봉준호에게 한 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숫자 규모로 보면 아래와 같을 듯 하다.

일반 대중 > 평균 관객(대중에 비해 영화에 대한 애정이 유별남) > 평단 > (     )

 

필자는 마지막에 속하는 것 같다. 어디에도 설 땅이 없는 것 같다. 예전 광복 직후 좌파와 우파 그리고 중도파가 있었고, 그 어디도 아닌 제4파가 있었다. 부패와 독재 그리고 세습까지 모두 싫어하니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필자는 영화비평가를 재미없는 영화를 재미없다고 표현하지 않고 다르게 표현하는 사람들로 정의한다.^^

한 가지 질문을 드려 본다. 영화를 ‘이야기’라고 보시는지, 아니면 ‘시’라고 보시는지?

 

이야기라고 보는 측 : 히치콕, 드팔마, 샤브롤, 코폴라, 스콜세지, 리들리 스콧 ...

시 라고 보는 측 : 고다르, 타르코프스키, 베르히만, 허우샤오시엔, 벨라 타르 ...

 

십수년전 이명세가 ‘영화는 시다’란 발언을 한 후 더 이상 보이질 않았다. 그 발언 직후 이명세 영화를 더 이상 안보기로 맘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발언 탓에 안보이는 건지 아니면 안보일 연륜이 돼서 그런 건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스트우드도 건재한데, 설마 연륜 탓은....^^

 

 

허우샤오시엔 자객 섭은낭

 

비염 알레르기

 

글루타치온필름 여에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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