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영양제로 불릴 만큼 친숙한 비타민c의 정확한 명칭은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이다. 비타민c의 기능은 결합조직 형성과 기능 유지 및 철의 흡수에 필요하며 항산화 작용을 하여 유해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한다.
비타민c의 중요 효능으로 주요 단백질인 콜라겐을 합성해 혈관과 피부, 힘줄, 뼈 등 결합조직을 탄력 있게 유지하며 노화를 억제하고, 소장관에서는 철분의 흡수를 돕는다. 몸속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 산화로 인한 손상을 막고, 모세혈관을 보호함으로써 피부미용과 피로회복, 면역 증진,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나 과로, 혈액순환 장애와 같은 환경에서 과잉생산되기 쉬운 활성 산소의 수치가 높아지면 몸속 효소를 많이 파괴해 활력이 부족해지고 쉽게 지친다. 활성산소 제거가 건강에 중요한 이유다.
비타민c가 부족할 경우, 콜라겐 합성이 어려워 혈관과 잇몸 조직이 약해져 잇몸부종이나 출혈 등이 발생하고 모세혈관의 약화로 인한 피부 점상출혈 등이 생기는 괴혈병이 발생한다. 만성피로나 코피, 가쁜 숨, 소화 장애, 우울증 등도 비타민c 결핍에 기인하며, 평소 멍이 잘 드는 경우도 비타민c 부족을 생각해 봐야 한다.
비타민C 1일 평균 필요량은 성인의 경우 75㎎이며, 하루 권장량은 100㎎이다. 식약처는 “백혈구의 비타민C 농도를 최대한으로 유지하면서 소변을 통한 배설 양은 최소로 유지하는 양에 근거하여 이같이 설정했다”고 밝혔다. 2020년 ‘한국인 영양섭취 기준’에서 비타민C는 성인 기준 하루 권장량 100mg, 상한 섭취량은 22000m으로 나타났다.
비타민C는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충해야 하는데, 신선한 채소나 과일 등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비타민 C가 쉽게 산화되는 성질 탓에 저장이나 조리·가공법에 따라 파괴되기 쉬우며, 특히 70도 이상의 열을 가하면 손실된다.
육식이나 인스턴트, 열처리 된 간편식 위주의 식습관으로 인해 비타민C의 충분한 섭취가 쉽지는 않다. ‘2021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민의 비타민C 섭취량은 1일 섭취기준에 비추어 남자가 74.3%, 여자는 59.5%에 불과했다.
비타민c 메가도스
권장량보다 많이 섭취하는 것을 메가도스라고 한다. 비타민C 메가도스(Megadose) 요법은 성인 기준 하루 권장 섭취량인 100mg보다 100~200배 이상 많은 양을 주사로 투여하거나 보충제로 섭취하는 방법이다. Megadose는 엄청나게 크다는 뜻의 maga와 복용량의 dose가 합쳐진 용어다.
수용성인 비타민C는 고용량을 쉽취해도 필요한 양 만큼 쓰이고 나머지는 배출된다. 수용성인 비타민C와 달리 비타민A, D, E, F, K, U 등은 지용성으로 다량 섭취하게 되면 체내에 축적돼 독성이 나타난다. 때문에 지용성 비타민은 섭취 상한선이 정해져 있지만 비타민C는 인체에 해롭지 않고 수용성인 이유로 메가도스 요법이 적용되고 있다.
비타민C는 몸에 필요한 만큼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배출되는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체내에는 항상 일정한 농도의 비타민C가 유지된다.
비타민C의 섭취량이 증가하면 흡수율이 저하된다. 하루 30~180㎎ 정도를 섭취하면 약 79~90%가 흡수되지만, 섭취량이 1000mg 이상으로 증가되면 흡수율은 50% 미만으로 감소된다. 섭취량이 증가하면 신장을 통한 배설량도 더불어 증가한다. 보충제로 비타민C를 섭취해도 기대하는 만큼 혈중 비타민C 농도가 높아지지는 않으며, 비타민 C를 주사로 공급할 경우엔 혈중 비타민C 농도가 경구 섭취 시 보다 높아지지만 효과 면에서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
비타민C 메가도스 요법은 20여 년 전에 국내에 소개됐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코로나 예방과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비타민C 고용량 섭취가 유행하게 됐다. 비타민C를 메가도스하는 이유는 많이 섭취할수록 감기 예방과 피로회복 등 가벼운 효과부터 뇌졸중·암·치매 예방 등으로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과일과 채소에는 어느 정도의 비타민C가 들어 있는데,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채소로 귤과 오렌지, 브로콜리, 피망, 양배추, 딸기, 키위, 아세로라, 구아바 등이 있다.
이롭다 vs 해롭다
고용량 비타민C 요법의 효능에 대해 “도움이 된다”는 의견과 “독이 된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2017년 미국 아이오와대학 종합 암센터 영상종양 전문의 개리 뷔트너 박사는 비타민C를 정맥주사로 투여해 혈중 수치를 대폭 높이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고농도 비타민C는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선택해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1976년과 1978년 합동 연구 논문에서,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 교수와 이완 캐머런 교수는 고용량 비타민C가 암에 걸린 사람의 수명을 크게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용량 비타민C 요법이 큰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너스 폴링 교수는 그의 저서 ‘장수하고 건강하게 사는 법’(1986년)에서 스스로 일상에서 하루에 12g의 비타민 C를 먹고, 감기 기운이 있을 땐 하루 40g까지 먹었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예방서비스 위원회는 비타민 A, C, E, 종합비타민제 또는 항산화 보충제 복용이 암이나 심장 및 혈관질환을 예방한다고 결론 내리기에 근거가 불충분하다면서 복용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1,000mg 이상의 비타민 C를 계속 섭취하면 설사, 결석, 용혈과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비타민C는 감기나 노안, 심혈관 질환, 암 등 치료에 일부 효과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질병의 치료제로 여기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비타민C 메가도스 지지자는 서울대 이왕재 교수다. 이 교수는 “인간은 체내에서 비타민C를 생산할 수 없어 메가도스로 보완해 심혈관 질환 등을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도 비타민C를 하루에 6000㎎는 섭취해야 한다는 설명이며 다른 동물들이 체내에서 합성하는 비타민C의 양을 인간의 체중과 비교해 계산한 수치다.
국립암센터 가정의학클리닉 명승권 박사는 이왕재 교수의 비타민C ‘만능 통치’ 주장에 대해 비판한다. 국내 메타분석 연구 전문가인 명승권 박사에 따르면 비타민이나 항산화 보충제는 효과가 별로 없고 과다 복용할 경우 오히려 해롭다.
2016년 명승권 박사는 비타민C 보충제와 암 예방의 관련성을 조사한 7편의 임상시험을 메타분석한 결과, “비타민C를 음식이 아닌 보충제의 형태로 복용하는 것이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명승권 박사 : "활성산소종은 세포에 대한 산화적 손상을 통해 암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타민C와 같은 항산화제는 활성산소종의 산화적 손상을 억제함으로써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화학적 구조가 같은 물질을 섭취해도 음식이냐 보충제의 형태냐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질병관리청은 “한국인은 매일 먹는 음식만으로 하루 비타민C 권장량의 98.7%를 섭취하고 있다”면서 “굳이 비싼 비용을 치러가면서 각종 비타민C 제품을 사서 보충할 필요는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비타민c 고용량 섭취 부작용
비타민C 고용량 섭취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 부작용이 신장결석인데, 대사 과정에서 발생한 옥살산이 칼슘을 만나 생성되는 옥살산 칼슘이 신장결석을 초래한다. 또 속쓰림 같은 위장 장애와 비타민C가 대장에서 삼투압 변화를 일으켜 수분을 끌어당기기에 설사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국립암센터 가정의학클리닉 명승권 박사는 비타민C를 과다 복용으로 신장결석이나 부정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혁태 서울대病院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한 일반인이라면 수용성 비타민 과잉 복용은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비타민C 메가도스를 통해 느끼는 피로 해소는 일종의 위약효과라고 일축했다.
서울 아산病院 : "과량의 비타민C 섭취는 몸속에서 세포파괴를 억제하는 항산화 효과를 높여주지만 정반대로 질병과 싸우는 백혈구의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
성인 30명에게 하루 500㎎의 비타민C 정제를 6주간 투여하고, 이후 6주간은 위약을 투여한 후 각각 DNA 내의 산화성 손상을 나타내는 두 종류의 단백질을 비교했다. 그 결과 비타민C를 복용하고 있었던 6주간 동안은 위약을 복용하고 있었던 6주간보다 산화성 손상을 나타내는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하루 500㎎ 이하의 비타민C 복용은 항산화 효과가 주된 역할이지만 500㎎을 초과할 경우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 산화 효과가 더 강해질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신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투석으로 위장관 기능이 약해진 경우라면 1000mg을 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메가도스하면 안되는 비타민c 제품
메가도스를 하면 안되는 비타민C 제품들이 있는데, 바로 부형제의 비율이 높은 제품이다. 각 제품은 제품의 크기가 곧 비타민C의 용량이 아니며, 제품 한 알에는 비타민C뿐 아니라 가루를 알약으로 만들기 위해 부형제 등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다. 가루 제품은 100% 비타민C인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에 제품 용량이 곧 비타민C 용량은 아니다.
제품의 포장지 또는 박스에 표기된 제품 용량과 비타민C 용량이 차이 나는 이유는 부형제가 들어 있어서다. 두 용량의 차이만큼이 부형제 용량이기에 차이가 많을수록 부형제 함량이 많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제품의 용량은 1,000mg이며 비타민C 함량이 500mg이라면 나머지 500mg은 부형제 등 첨가물이다. 이런 비타민C 제품을 메가도스할 경우 불필요한 부형제를 많이 섭취하게 되며, 일부 제품은 비타민C보다 부형제가 더 많은 경우까지도 있다. 비타민C를 메가도스할 경우 알약 크기와 비타민C 용량이 같거나 차이가 적어 부형제나 첨가물이 적게 들어간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혈중 비타민C의 농도는 늘 일정하게 유지되기에 고용량을 섭취해도 필요한 만큼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소변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비타민C를 고용량으로 복용할 경우 하루의 총량을 여러 번에 나눠서 섭취하는 게 좋으며, 식사 중에 또는 식후 바로 먹어야 속쓰림이나 위장 장애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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