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이란
가스라이팅이란 가해자가 의도적으로 상황을 조작해 피해자가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란 용어는 패트릭 해밀턴이 1938년 연출한 연극 '가스 라이트'에서 유래했다. 해당 연극은 남편인 '잭'이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만들고 부인이 집안이 어두워졌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아내를 나무라고, 아내는 점점 자신의 현실 인지능력을 불신하면서 판단력이 흐려져 남편에게 의존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같이 '가스라이팅'은 대상의 상황이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대상이 자신 스스로를 불신하게 만들어서 정신적으로 예속화하는 행동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국내에서는 페미니즘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름과 동시에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부각되었고, 연인관계 이외에 가족, 직장상사 등 다양한 곳에서 빈번히 일어나기도 한다.
부부, 연인 등 친밀한 사이에서 주로 형성
가스라이팅의 시작은 언제나 친밀한 관계 즉 부부, 부모와 자녀, 연인, 회사 동료, 직장 상사 등에서 형성된다. 가스라이팅 문제는 나쁜 의도에서 한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점에 있다. 가해자가 그런 마음을 갖고 행동을 계속하는 동안 피해자는 점점 더 고립되어 폐인이 되어간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돕는답시고 더 심한 가스라이팅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평생 주부로 산 아내가 어느 날 일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응원해주는 대신 “평생 일해본 적 없는 너를 채용하는 곳이 있겠느냐”라고 말하거나, “나가서 몇 푼 번다고 그냥 집에 있어”라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다면 아내를 가스라이팅한 것이다. 이런 말을 들은 아내는 자신감이 없어지고 스스로를 낮게 평가해 결국 남편에게만 의존하게 된다.
책임감을 주고 양육과 집안일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해 딸에게 하는 말도 가정내 가스라이팅의 한 예다. “장녀는 집안 밑천이다”, “엄마가 없을 때는 장녀가 엄마야”라는 식의 말이 해당된다.
자녀와 대화시, 아이 관점에서 대화해야
부모가 의도치 않게 자녀에게 가스라이팅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너를 얼마나 희생해서 키웠는데”, “네가 엄마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니”라는 말들이 예시이며,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 아이 중심의 대화를 나눈다면 가스라이팅 화법을 피할 수 있다.
가스라이팅 가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화법, 예시의 말이 “내가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다”와 “내가 널 가장 잘안다”이다. 이런 말들로 조언을 해오는 누군가가 주변에 있다면 혹시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봐도 좋다. 반대로 자신이 악의 없이 누군가를 가스라이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도 좋다.
가스라이팅 예시1
▽ "오늘은 어떻게 했는지 말 안해?"
▽ "행동 잘 하고 있어?"
▽ "지금 기분 나쁘거든. 사진 찍어 보내봐"
▽ "나로 인해 자긴 행복하지 날 그러니 더 행복하게 만들어"
가스라이팅 예시 2
▽ 넌 너무 예민해.
▽ 네 기억이 잘못된 거야.
▽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미안해.
▽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 주변 사람들에 대한 험담.
▽ 내가 언제 화를 냈다고 그래?
▽ (심한 말을 한 후) 농담이야, 농담.
▽ 너 말이 되게 이상하다.
▽ 동문서답(대화 도중: 야, 근데 이거 아냐)
▽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해.
가스라이팅 검사 테스트
아래 자가진단 항목 가운데 여러 개가 해당된다면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 평소에 자신이 한 말을 자꾸 되새기고 통회하며 자책한다.
- “내가 너무 예민한가?”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자문한다.
- 가끔 지나치게 혼란스럽고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 상대방에게 늘 사과한다.
- 자신의 삶은 축복받은 부분이 충분히 많은데, 왜 더 행복하지 않은지 이해가 안 된다.
- 상대방의 이상행동을 친구들에게 계속 변명한다.
- 더 이상 변명하며 설명하기 싫어서 말하지 않고 숨기는 일이 많다.
- 뭔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콕 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 상대가 나를 경시하고 현실을 왜곡하는 것을 피하려고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 간단한 결정조차 스스로 하기 힘들다.
- 예전의 나는 현재의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 같다. 상대를 만나기 전의 나는 분명히 지금보다 자신감 있고 즐겁고 편안했다고 느낀다.
-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으며 무엇을 해도 기쁘지 않다.
- 무엇을 해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다고 여긴다.
- 자신이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가스라이팅 대처 치료
많은 사람들이 가스라이팅을 당한다는 것을 알면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 이유는 이미 가해자가 가스라이팅을 통해 정신적으로 피해자를 통제하고 있고, 피해자는 가해자를 자신의 일부라고까지 여기는 경우가 많아서다. 알게 된지 얼마 안 된 사람이 자신을 가스라이팅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친밀감이 비교적 낮게 형성되어 있어 가해자의 연락을 차단하고 '손절'을 하면 된다.
그런데 나의 가족, 친구, 연인이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다면 미운 감정과 동시에 애정을 지니고 있어 쉽게 매정해질 수 없다. 하지만 괴롭더라도 진실을 빨리 받아들이고, 가스라이팅에 대처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가스라이팅에 대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생각과 내 생각을 구분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과 대인 관계를 맺을 때 '나'보다는 '타인'에 먼저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은 가스라이팅의 타겟이 되기 쉽다.
'나'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혼자 있는 시간에 상대방과 만날 때마다 드는 생각과 감정을 적어두는 것이 권장된다. 적어놓은 것을 당장이 아니라 최소 1주일 후에 보는 것이 좋다. 적어놓은 내용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읽으면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갖추는데 도움이 된다.
자신이 쓴 내용을 읽으며 제 3자라면 어떻게 조언할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본다. 심리 상의 전문가에게 사연을 말하고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상대방이 나에게 옳지 않은 행동을 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리 되면 상대방을 내 마음에서 끊을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가스라이팅 가해자와 끊어지는 것이 가장 최선의 대처 치료이지만 사정상 가해자를 손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해자와 함께 있을 때 아래와 같이 행동하는 것이 좋다.
매사에 명확하고 분명하게 말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상대방이 나의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게끔 해야 하고 결정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직접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 상대방이 독촉과 압박을 하면 답을 바로 주지 말고 하루 정도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달라고 한다.
상대가 요구하는 것을 거절한다고 불필요한 책임의식과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타인에게 인정 받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더 큰 무게 중심을 둔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