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상습성폭행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 돼야 하는 가정에서도 성범죄 가해자가 나오고 있다. 가해자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을 방패로 자신보다 약자인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데, 이는 ‘친족 성폭력’이라고 불려진다. 성폭력특별법 상의 친족이란 4촌 이내 혈족·인척, 동거하는 친족을 의미한다.
친족 성폭력이 한국 사회에 인식된 지는 약 30년 가량이다. 지난 1992년 십여 년간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던 여성이 자신의 남자 친구와 공모해 가해자를 살해한 사건에서 친족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됐는데, 해당 성폭력 사건은 당시 한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듯 법원은 의붓아버지의 범죄를 참작해 여성에게 살인죄로써는 이례적으로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한국 사회에 친족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 된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최근 통계를 살펴보면 친족 성폭력은 여전히 근절되지 못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성폭력 사건은 12만 8,994건이다. 이들 중 친족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3,115건으로 약 2.5%에 해당하는데, 매년 평균 779건의 친족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다.
통계에서 드러난 ‘매년 평균 779건’마저도 최소치일 가능성이 크다. 친족 성폭력은 대표적인 ‘암수 범죄’로 꼽히는 탓이다. 암수 범죄란 실제 범죄가 발생했어도, 공식적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범죄다. 쉽게 말해 피해 당사자 또는 제3자가 수사 기관에 신고도 하지 못한다는 소리다.
사 례 1
10대 의붓딸을 때리며 학대하고 온라인 수업 중 추행하는 등 상습 성폭행을 저지른 4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유석철)는 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아동학대,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41)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복지시설에 7년간 취업제한, 보호관찰 2년을 명령했다.
A씨는 2019년 12월 대전시 중구 문창동 자신의 거주지에서 당시 만 15세였던 의붓딸이 훈육에 따르지 않자 ‘동기부여’를 명목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해 2월 중순 방에 누워있는 의붓딸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강제로 성폭행했다.
상습적으로 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A씨는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3월 의붓딸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을 때 B양 방에 들어가 옆에 누워 강제로 추행한 뒤 몹쓸짓을 했고 심지어 촬영까지 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A씨는 지난해부터 자신을 거부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고 외박했다는 등 이유로 의붓딸을 수차례 때렸다고도 전해졌다.
재판부 : “반성하고 범행을 인정하고 있으며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 훈육을 핑계 삼아 강간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
“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큰 충격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
사 례 2
의붓딸을 9살 때부터 12년간 추행하고 성폭행해 두 번이나 임신과 낙태를 반복하게 한 50대 남성도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강동원 부장판사)는 B씨(54)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등 혐의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B씨는 의붓딸이 9살이던 2009년부터 약 12년간 300여차례나 추행과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2002년부터 의붓딸 어머니인 C씨와 함께 2남 1녀의 의붓아버지로 의붓딸을 돌보기 시작했다. 이후 C씨와 사이에서 자녀 4명을 출산하며 총 7명을 양육했다. B씨는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는데, 특히 피해자 의붓딸을 유독 심하게 괴롭히고 폭행했다. 의붓딸이 자신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가족 모두를 죽이겠다거나 여동생을 성폭행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의붓딸을 상대로 B씨는 성범죄까지 저지르기 시작했다. B씨는 2009년 당시 9살이었던 의붓딸이 집에서 자고 있자,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해라. 사랑해서 그러는 거다"라며 성폭행했다. 이때부터 지난 8월까지 약 12년 동안 총 343회 성폭행 또는 강제추행을 했다.
B씨의 반인륜적 범행으로 의붓딸은 14살 때 첫 임신을 했고, 이후 한 차례 더 임신과 낙태를 반복했다. B씨는 또 의붓딸이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하게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앱을 설치하고, "너는 내 아이를 임신했으니 내 아내다. 내 아내처럼 행동해라. 다른 남자 만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도 했다.
성인이 된 의붓딸은 지난 8월 자신의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고, 이로써 B씨의 범행이 세상에 드러났다.
재판부 :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관계를 거부하면 중심을 잃게 할 정도로 뺨 등을 때렸고,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한 상태에 이르게 되면 성폭행했다. 피해자의 친모는 이를 방관, 나이 어린 9살 소녀는 보호받지 못하고 악몽 같은 생활을 겪었다."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혼자 오롯이 감내해야만 했다.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면서도 현재까지 피고인이 출소하면 자신에게 보복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동종 또는 벌금형을 초과해 처벌받은 전력이 없지만, 이사건 범행은 입에 담거나 떠올리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참혹한 범행이다. 피해자에게 평생토록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