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이란
2013년 사망한 A씨는 사망 당시 4억 일천만원 상당하는 아파트와 임대차보증금 2억 4천만원의 재산을 남겼다. 생전에 이미 4명의 자녀에게 현금과 부동산 등으로 상당한 재산을 증여한 상태였으며, 자녀별로 증여한 재산액에 큰 차이가 났다.
큰 딸은 1억 5000여만원, 둘째 딸은 4억 4000여만원, 셋째 딸은 1억 5000여만원, 막내아들은18억 5000만원 가량을 증여받았다. A씨가 사망하자 세 딸은 막내동생이 현저히 많은 금액을 미리 증여받아 자신들이 받을 유류분이 부족해졌다면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부모가 죽기 전에, 상속재산이 될 재산을 특정 자식에게만 많이 증여해놓으면 다른 자식은 법정 상속분을 모두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서 민법은 법정상속분 가운데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유류분(遺留分)을 정해 상속인이 적어도 유류분만큼은 상속받을 수 있게 정했다.
자녀들의 경우 법정상속분의 1/2이 유류분이다. A씨 사례의 경우에 A씨가 배우자와는 이미 이혼했고, 상속인이 자녀 4명뿐이라 A씨의 상속재산을 자녀 수인 4로 나눈 뒤(법정상속분)에 1/2을 곱하면 자녀 1인당 유류분이 나온다. 특정 자녀에게 생전에 많은 재산을 증여해 다른 자녀가 아예 상속을 받지 못하거나, 유류분에 미치지 못하는 상속을 받으면 다른 자녀는 생전에 증여를 많이 받은 상속인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A씨의 딸들이 남동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된 배경이다.
이 경우 자녀별 '유류분 부족액'을 계산해 유류분 반환액수를 산정하게 된다. 유류분 부족액은 총 상속재산에 대한 자녀 1인당 유류분액을 계산한 뒤에, 미리 증여받은 액수를 빼고 각자 상속받을 수 있는 액수인 순상속분액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민법은 '유언의 자유'를 인정해 피상속인이 자기 재산을 본인 의지대로 처분할 수 있게 한다. 그러면서도 유언 자유의 원칙을 무제한적으로 관철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폐단을 막으려고 유류분 제도를 규정함으로써 피상속인에 의한 재산처분의 절대적 자유를 제한한다.
'유류분'이란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일정 비율에 대해 갖는 권리로, 피상속인이 제3자에게 유증(유언을 통한 증여)해도 보장되는 최소한의 상속분이다.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1977년에는 농경사회와 대가족제를 바탕으로 가족구성원이 서로를 부양하면서, 모든 재산이 가족 전체의 재산이라는 '가산(家産)'관념이 지배적이었다. 이 배경으로 유류분 권리자의 범위에 피상속인의 배우자나 자녀, 부모 외에 형제자매까지 포함됐다.
40여 년이 지난 현재는 가산관념이 희박해졌다. 1인 가구 비율이 증가하는 등 가족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형제자매는 과거보다 유대관계가 약해졌다. 피상속인과 서로 부양하는 경우도 많지 않아, 형제자매가 가지는 상속분에 대한 기대를 보장할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유류분권리자 범위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개정 취지가 공감된다. 특정 상속인에게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유언을 남기더라도 그에게 일정 부분이 돌아간다. 한 사람에게 유산을 다 준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며, 위헌 논란 대상인 ‘유류분’ 제도 때문이다.
배우자와 자녀의 유류분은 법정 상속액의 절반이다. 전통적 가족의 개념이 크게 달라진 현실에서,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속분이 무조건 돌아가게 하는 것은 피상속인의 의지에 반할 수 있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 폐지나 개선 요구가 제기됐다.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므로 폐지하자는 측에서는 이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유언 등을 통해 재산을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재산권의 본질이라는 생각에서다.
국내에서 유류분 반환청구는 유류분권리자가 특별수익을 받은 다른 공동상속인 가운데 1인을 상대로 행해지는 경우가 상당수다. 피상속인이 아들에게 상속재산의 상당액을 증여나 유증한 데 대해 다른 자녀들이 그를 상대로 유류분 부족액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동상속인 간의 공평 유지'라는 순기능을 담당해 온 유류분 제도를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평균수명 연장과 고령화 사회의 도래 등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수반되는 급격한 사회적 변화에 맞추어 유류분 제도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유류분 제도는 상속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유지한다는 순기능과 더불어 그 '경직성'으로 인한 역기능도 없지 않다.
현재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경우와 같이 상속결격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유가 없는 한 유류분권이 예외 없이 인정된다. 상속인이 고의로 피상속인을 부양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이러한 일률적인 유류분 보장이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
현재의 우리 사회 실정에 맞게 유류분과 유언의 자유를 조화시킨다는 관점에서 유류분 제도를 '유연화'할 필요는 있다. 피상속인이 부모에 대한 도리를 심각하게 저버린 자녀를 상속에서 배제하려 했는데, 그런 자녀가 유류분권을 행사해 유류분을 반환받는 것은 상식적인 정의 감정에도 반한다.
상속인이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에 대해 범죄행위 등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하거나 고의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피상속인이 그러한 상속인의 유류분을 박탈하는 유언을 남긴 다면, 재판에 의해 유류분권을 박탈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류분 제도는 '재산처분의 자유'와 '상속재산의 공평한 분배'라는 상반된 가치의 타협·조정의 산물이다. 사람들의 권리의식이 고양되면서 유언의 자유가 보다 강조되고 있다. 유류분 박탈 제도는 현행 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유언의 자유를 보다 신장시킨다는 측면에서 도입을 신중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